아이와 함께 영어 공부하기 – 엄마표 영어 그 이후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 부모라면 한 번쯤은 ‘엄마표 영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학원이나 과외 같은 외부 교육 대신, 부모가 주도하여 집에서 영어 노출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영어 교육이 조기화되고, 입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영어 실력에 신경 쓰고, 가능한 한 일찍 영어를 접하게 하려는 고민을 합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엄마표 영어’라는 방식 자체보다는,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영어를 익히기 시작하고, 부모도 함께 참여하면서 생기는 변화들, 그리고 그 과정이 아이와 부모, 나아가 가족 전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영어는 단순한 언어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웃고 배우는 매개이자, 서로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아이와 함께 영어를 공부하는 여정 속에서 부모가 느끼는 성장과 관계의 변화, 그리고 일상 속 영어 루틴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아이가 먼저 영어를 즐기게 하기까지
아이와 함께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는 순간, 우리는 흔히 ‘엄마표 영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됩니다. 교육기관이나 외부 학원보다 가정에서 부모가 중심이 되어 영어 환경을 만들어 주는 방식입니다. 아이가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고, 간단한 영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단어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어렵지만, 반복과 노출이 쌓이면서 아이는 어느새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학습’보다 ‘놀이’처럼 접근하는 자세입니다. 억지로 단어를 외우게 하거나 영어 문장을 따라 쓰게 하는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을 영어로 보여주고, 내용을 영어로 살짝 이야기해보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Peppa Pig”를 영어 원어로 보여주고, 등장인물의 말투를 따라 해보며 놀이처럼 즐기면 아이는 모국어처럼 영어를 접하게 됩니다.
또한 부모가 같이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는 어른의 태도를 그대로 흡수합니다. 영어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고통스러운 숙제처럼 느껴진다면, 아이도 금세 눈치채고 흥미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가 함께 웃고 리듬을 타며 노래를 부르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영어는 재미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긍정적인 인식이야말로 아이에게 영어 실력보다 훨씬 큰 자산이 됩니다.
특히 부모가 직접 발음이 틀려도 당당히 말해보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완벽하지 않아도 언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용기를 배우게 됩니다. 교육의 시작은 지식이 아니라 분위기입니다. 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데 있어 부모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큽니다.
엄마도 함께 배우는 시간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어느 순간 부모 스스로도 영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What's this?"라고 묻다가, 이 표현이 자연스러운가? 내가 발음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고민이 들고, 그에 따라 사전도 찾아보고 유튜브 발음 영상도 보게 됩니다. 결국 엄마표 영어는 단순히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도 영어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가장 큰 수확은 ‘함께 성장하는 경험’입니다. 아이가 영어 단어를 알아듣고 반응하면, 그 순간의 기쁨은 부모에게도 큽니다. 서로의 언어를 확인하고, 함께 외국어를 익히며 생기는 유대감은 평범한 일상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감정입니다. 어떤 날은 아이가 엄마에게 "Mommy, look! I can read this!"라고 말할 때, 그 뿌듯함은 몇 달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또한 엄마는 아이와의 영어 시간을 계기로, 자신의 공부 방식에도 새로운 루틴을 만들게 됩니다. 하루 10분이라도 영어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거나, 아이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발음을 교정해보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는 엄마 자신에게도 작은 자기계발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시작한 영어가 계기가 되어, 영어 뉴스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중에는 영어 책이나 팟캐스트를 듣는 습관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이의 학습뿐만 아니라, 부모의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엄마표 영어 그 이후, 평생 함께 가는 언어 습관
처음엔 아이의 영어 노출을 목표로 시작했던 일이, 시간이 지나며 가족 전체의 언어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영어를 이해하고 말하게 되면, 이제는 그 습관을 ‘지속’하는 것이 관건이 됩니다. 단기간의 학습보다 장기적인 노출과 반복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바빠질수록, 매일 영어 동화를 읽는 일이 어려워집니다. 그럴 때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아주 짧은 루틴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What do you want to eat today?", "Did you have fun today?"처럼 간단한 문장을 일상에 녹여 반복하면, 영어는 점점 ‘공부’가 아닌 ‘언어’로 다가옵니다.
또한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영어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영어 퀴즈 앱, 가족 영화 시간에 영어 자막으로 보기, 영어 동요를 온 가족이 함께 부르기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영어가 살아 숨 쉬는 환경을 만들면, 아이는 영어를 ‘외국어’가 아니라 ‘익숙한 도구’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영어’가 목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모와 아이 모두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서 의미를 주고받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엄마표 영어의 목적입니다. 부모의 실수도, 아이의 틀린 문장도 결국 ‘언어를 사용하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값진 자산이 됩니다.
아이와 함께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지 언어 하나를 익히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함께하는 놀이이고, 공동의 성장이며, 때론 부모의 자기 회복이기도 합니다. 엄마표 영어의 본질은 ‘완벽한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경험’입니다. 영어라는 낯선 언어를 통해 가족 안에 새로운 소통이 생기고, 그 소통이 아이의 언어 능력을 넘어, 평생의 정서적 자산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