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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뇌는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가 – 영어 학습을 위한 인지과학적 접근

by 미짱0611 2025. 6. 18.

성인 뇌는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가 – 영어 학습을 위한 인지과학적 접근

 오늘은 영어 공부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단어장을 외우고, 문법책을 펼치고, 회화 앱을 돌리는 하루하루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질문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외우기가 어려운 걸까?”, “아이들은 쉽게 배우던데, 나는 왜 안 될까?” 그리고 “진짜 이 방법이 나한테 맞는 걸까?”라는 의문 말입니다.
 그런 질문의 실마리는 아마도 ‘뇌’의 관점에서 언어를 배운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배우지 않으면 늦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성인의 뇌는 어릴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충분히 효과적으로 외국어를 익힐 수 있습니다. 단, 그 차이를 이해하고,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맞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성인 뇌는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영어 학습을 인지과학의 시선에서 다시 들여다보려 합니다.

 

성인 뇌는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가 – 영어 학습을 위한 인지과학적 접근
성인 뇌는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가 – 영어 학습을 위한 인지과학적 접근

성인 뇌는 '아이처럼' 배우지 않는다 – 그러나 더 '전략적'으로 배운다

“언어는 어릴 때 배워야 유리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동기의 뇌는 언어 습득에 특화된 민감기를 지나며,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언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러한 방식은 흔히 암묵 학습(implicit learning)이라고 불립니다. 문법 규칙을 배우지 않아도 언어적 패턴을 익히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말하면서 언어를 체득합니다.

 하지만 성인의 뇌는 이미 형성된 사고 구조와 판단 능력을 바탕으로 언어를 학습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면 그것을 ‘이해’하고 싶어 하고, 그 원리를 설명할 수 있어야 납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명시적 학습(explicit learning)에 더 익숙한 성인은 언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규칙화하여 학습합니다.
 이러한 학습 방식의 차이는 단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성인은 다음과 같은 강점을 가집니다.

첫번째, 이미 모국어에 대한 이해가 깊고 두번째, 언어 구조에 대한 개념이 명확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를 인식하며, 목적 지향적인 학습이 가능합니다. 추상적 개념과 논리적 사고에 능숙하여 문법, 의미, 구조를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아동처럼 ‘직관적으로’ 배울 수는 없지만, 성인은 ‘의도적으로’ 배우는 전략이 더 적합합니다. 전략적 반복, 규칙 이해, 자기주도적 루틴 설계 등은 성인 학습자가 효과적으로 영어를 익히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뇌의 기억 시스템을 이해해야 영어가 오래 남는다


 많은 성인 학습자들이 영어 단어를 외우고도 금세 잊어버리는 경험을 합니다. 이는 단순한 ‘나이 탓’이 아니라, 기억 체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않고 공부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뇌는 정보를 두 단계로 처리합니다. 첫 단계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 두 번째는 장기 기억(long-term memory)입니다.

 작업 기억은 매우 용량이 작고, 유지 시간이 짧습니다. 방금 본 단어나 문장을 금세 잊어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어 단어를 오래 기억하고 실제 말할 때 꺼내 쓰기 위해서는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반복 노출(Spaced Repetition)는 하루에 여러 번 짧게 보거나, 일정 간격을 두고 다시 접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5개 단어를 외우고, 3일 후, 1주일 후, 2주일 후 다시 복습하면 뇌는 그 단어를 ‘중요한 정보’로 인식해 장기 기억에 저장합니다.

 의미 기반 학습(Semantic Encoding)은 단어 하나를 단순히 외우는 것보다, 그것을 문장 안에서 사용하거나 이미지와 연결해 학습하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예를 들어 ‘bitter’라는 단어는 ‘쓴 맛’이라는 정의만 기억하기보다는, “The coffee tastes bitter.” 같은 문장으로 기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적극적 회상(Active Recall)은 정보를 외운 뒤 확인하는 방식보다, 먼저 꺼내보려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예컨대 단어 카드를 보고 뜻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뜻을 보고 단어를 떠올리는 연습이 더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기억 전략은 단순히 영어 단어에 국한되지 않고, 회화 표현, 문장 구조, 발음 규칙 등 모든 언어 정보에 적용 가능합니다. 결국, '기억에 남게 공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영어 공부의 핵심입니다.

유창성은 '절차 기억'에서 온다 – 자동화 훈련이 핵심


 어느 순간 영어 회화를 들었을 때, 해석하지 않아도 바로 의미가 이해되고, 말할 때 머뭇거림 없이 문장이 술술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를 ‘유창성(fluency)’이라 부르며, 이 유창성은 단순한 암기나 이해가 아니라 뇌 속의 절차 기억(procedural memory)에 기반을 둡니다.

절차 기억은 우리가 반복된 행동을 통해 ‘몸에 밴’ 기술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기억 체계입니다. 자전거 타기, 키보드 타이핑, 악기 연주처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능력도 이 영역에 포함됩니다. 영어 회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조합하는 방식으로는 유창한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자주 쓰는 표현을 통째로 외우고, 입에 익숙하게 만드는 자동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훈련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빈도 문장 패턴 암기: “How was your day?”, “Do you have any plans this weekend?”, “I’d like to order a latte.” 등 일상 대화에서 반복되는 문장을 덩어리(chunk)로 익히고, 분석 없이 통째로 말하는 연습을 합니다.

상황별 말하기 시뮬레이션: 영어로 자주 쓰이는 상황을 정하고, 반복적으로 말해보는 연습이 효과적입니다. 예컨대 ‘호텔 체크인’, ‘회의 중 의견 말하기’ 등 상황을 정하고 10분간 말하는 훈련을 지속하면 뇌는 이를 하나의 행동 절차로 저장합니다.

음성 녹음 및 피드백 루틴: 자신의 말하기를 녹음해서 확인하고, 틀린 표현이나 발음을 수정하는 과정은 절차 기억 강화뿐 아니라 정확성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절차 기억은 단기간에 형성되기 어렵지만, 한번 체화되면 매우 강력합니다. 특히 실전 상황에서 영어를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이 영역의 반복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성인의 뇌는 '느리지만 깊게' 배웁니다


 성인의 뇌는 아동의 뇌처럼 유연하진 않지만, 더 지속적으로, 더 정교하게, 더 목표 지향적으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인지과학은 이를 뒷받침해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성인 학습자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기억 체계, 절차 기억, 동기 유지, 전략적 반복 등 구체적인 학습 전략을 제공합니다.

영어 공부를 할 때 “왜 이렇게 안 외워지지?”, “나는 언어 감각이 없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학습법이 뇌와 맞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뇌를 이해하면 영어는 단순한 숙제가 아니라, 기억과 자동화의 과학적 과정이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뇌를 가지고 있으며, 그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