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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간섭 현상 – 한국어 사고가 영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과 극복법

by 미짱0611 2025. 6. 20.

모국어 간섭 현상 – 한국어 사고가 영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과 극복법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이상하게 말이 꼬인다’, ‘문장은 맞는 것 같은데 어색하다’, ‘의미는 전달되지만 자연스럽지 않다’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문법 미숙이나 어휘 부족 때문만이 아닙니다. 모국어, 즉 한국어가 영어 사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영향은 ‘모국어 간섭 현상(L1 interference)’ 또는 ‘전이 현상(transfer)’이라 불리며, 언어 습득 과정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오늘은 이 모국어 간섭 현상이 어떻게 한국어 화자의 영어 학습에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모국어 간섭 현상 – 한국어 사고가 영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과 극복법
모국어 간섭 현상 – 한국어 사고가 영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과 극복법

어순과 논리 구조의 간섭 – 직역식 사고가 영어 표현을 막는다

 한국어와 영어는 문장의 기본 구조부터 다릅니다. 한국어는 주어–목적어–동사(SOV) 순서, 영어는 주어–동사–목적어(SVO) 순서로 문장을 구성합니다. 이 차이로 인해 한국어 화자는 영어 문장을 만들 때 자주 어순 오류를 범하거나, 동사를 지나치게 늦게 배치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어제 친구를 만났다.”를 영어로 표현해야 할 때, 직역하듯 “I yesterday friend met.” 같은 형태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사고 방식이 모국어 구조에 기반한 결과입니다.

 또한 한국어는 중의적이고 생략이 많은 언어입니다. 주어가 생략되거나, 문맥에 따라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정보를 뒷부분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영어는 정보를 앞에서부터 명확히 제시하고, 문장의 핵심 구조가 고정되어야 이해가 가능한 언어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는 “그 사람, 그 얘기 말이야, 어제 그렇게 말했잖아.”처럼 순서에 유연성이 있지만, 영어는 “He said that yesterday.”와 같이 정보를 앞에서부터 논리적으로 배열해야 합니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문장 순서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 전체가 달라야 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영어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어 사고를 그대로 옮기는 직역 습관을 줄이고, 영어식 논리 전개 방식에 익숙해지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단어 선택의 간섭 – 의미는 같지만 어색한 영어의 탄생


 모국어 간섭은 어휘 선택에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우리는 한국어 어휘에 익숙하기 때문에, 영어로 표현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한국어 의미 구조에 맞는 단어를 고르려 합니다. 하지만 영어와 한국어는 단어가 지닌 어감, 사용 맥락, 의미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직역한 단어 선택이 문법적으로는 맞지만 어색한 영어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기분이 좋아요.”라는 말을 영어로 하려 할 때, 많은 한국인 학습자는 “My feeling is good.”이라고 번역합니다. 하지만 원어민은 이 표현을 거의 쓰지 않으며, 대신 “I feel good.”, 또는 상황에 따라 “I’m in a good mood.”와 같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또 다른 예로, “부탁드립니다”를 직역해 “Please take care of it.”이라고 말하면, 문맥에 따라 명령처럼 들리거나 뜻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실제 업무 이메일에서는 “I’d appreciate it if you could ~”, “Could you kindly ~” 같은 표현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어 그 자체의 번역 문제가 아니라, 언어마다 특정 개념을 표현하는 방식과 선호하는 구문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할 때는 단어 하나하나를 번역하려 하기보다는, 표현이 실제 문맥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문장 단위로 익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고방식과 문화적 맥락의 간섭 – 간접적인 표현 습관이 영어 전달력을 떨어뜨린다


 한국어는 간접적이고 암시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문화권에 속합니다. ‘말을 아끼는 것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돌려 말하기나 간접화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는 대인관계에서 배려와 예의로 작용하지만, 영어와 같은 직설적이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언어에서는 오히려 전달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 자리에서 “그 안은 조금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은 영어로 그대로 번역하면 “I think we need to think more about it.”처럼 들릴 수 있지만, 원어민에게는 의견을 회피하거나 결정하지 않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I don’t think the idea is feasible at this stage.”처럼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는 문장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또한 영어는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말하고,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질문에 직답하는 문화적 특성이 강합니다. 그러나 한국어 사고방식에 익숙한 학습자는 종종 말끝을 흐리거나, 질문에 대한 답을 애매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간섭은 비즈니스 이메일, 면접, 프레젠테이션 등 실전 영어 사용 상황에서 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영어로 소통할 때는 단지 문법이나 단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방식과 문화적 기대치 자체를 바꾸는 사고 훈련이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한국어 문장을 영어로 바꾸는 게 아니라, 영어답게 사고하고 말하는 뇌 회로를 만드는 과정인 것입니다.

모국어의 힘을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넘어서기


 모국어 간섭은 영어를 배우는 모든 한국인에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것은 결코 부끄럽거나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언어적 기반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인식하며 극복하려는 시도가 진짜 언어 습득의 시작입니다.

영어 문장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 단순히 “내가 영어를 못해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건 한국어식 표현이 영향을 미친 건 아닐까?”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문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어순, 표현 습관까지 바꾸려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는 것입니다.

 언어란 결국 사고의 표현이며,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새로운 사고의 틀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모국어 간섭을 극복하는 과정은 곧, 더 넓은 사고를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더 잘하고 싶은 모든 학습자에게, 이 인식이 깊이 있는 변화를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