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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부터 시작하는 영어, 귀가 트여야 입도 트입니다

by 미짱0611 2025. 6. 13.

듣기부터 시작하는 영어, 귀가 트여야 입도 트입니다

문법보다 먼저 귀가 반응해야 말이 나옵니다

 영어를 배울 때 우리는 흔히 문법 공부와 단어 암기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기초적인 어휘와 문법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회화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듣기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언어는 듣는 순간부터 뇌가 반응하기 시작하고, 반복된 청취 속에서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문장을 구성하는 법을 아무리 잘 알아도, 실제 대화에서 상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Where did you say you were going again?”이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각 단어는 익숙하지만, 빠르게 말하는 원어민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귀가 닫혀 있어서’ 생깁니다. 우리는 눈으로 단어를 보고 익히는 데 익숙하지만, 소리를 듣고 인식하는 훈련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합니다. 영어 청취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문장 전체가 하나의 긴 소리 덩어리처럼 들립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구분되지 않고, 마치 빠르게 지나가는 기차처럼 들릴 뿐입니다.

 하지만 매일 반복해서 듣고 익숙해지면, 그 긴 소리의 흐름 속에서 단어가 점점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문장을 통째로 ‘느끼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 ‘귀가 트이는 경험’이 바로 말문이 트이는 첫걸음입니다.

 

듣기부터 시작하는 영어, 귀가 트여야 입도 트입니다
듣기부터 시작하는 영어, 귀가 트여야 입도 트입니다

자막, 쉐도잉, 반복 청취 – 귀를 여는 실전 루틴

 듣기 훈련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실제로 효과를 본 방법은 다음과 같은 루틴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활용한 것은 자막을 활용한 듣기입니다. 처음에는 영어 자막과 함께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사를 눈으로 읽고, 동시에 귀로 들으면서 음성과 단어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자막 없이 듣기만 하려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고, 이해가 되지 않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자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괜찮습니다.

 다음은 쉐도잉(shadowing)입니다. 쉐도잉은 원어민의 발음을 바로 따라 말하는 연습법입니다. 한 문장을 듣고 즉시 따라 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때 억양, 리듬, 강세까지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자주 하다 보면 입이 그 리듬을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음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말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반복 청취입니다. 같은 콘텐츠를 여러 번 듣는 것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효과도 큽니다. 저는 5분 분량의 영어 오디오나 영상을 골라 하루에 3~5번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처음엔 전체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두 번째에는 주요 표현과 문장을 익히고, 세 번째부터는 전체 흐름과 억양을 따라가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루틴을 꾸준히 반복하면서, 들리지 않던 문장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듣기 실력이 쌓일수록 회화의 두려움도 줄어들었고, 말하고자 할 때 필요한 문장이 입에서 더 빨리 나왔습니다.

 

귀가 트인 순간, 말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귀가 트인다는 것은 단순히 영어 소리를 알아듣는 것을 넘어, 그 언어의 리듬과 흐름을 몸으로 익힌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험은 회화 능력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 줍니다.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모든 문장을 한국어로 바꾸고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듣기 연습이 충분히 쌓인 이후에는, 영어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반응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Wanna grab some coffee?”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예전 같았으면 “grab = 잡다, coffee = 커피, grab some coffee = 커피를 잡자? 무슨 말이지?”라고 해석하려 들었겠지만, 듣기 훈련이 된 이후에는 ‘커피 마시러 갈래?’라는 의미를 바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의 언어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리스닝을 충분히 한 학습자는 문장을 말할 때 자연스러운 리듬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말의 강약, 끊어 읽기, 억양 등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연스럽지 않은 리듬’ 때문입니다. 듣기 훈련이 잘 된 사람은 문법적 정확성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말투까지 익히게 됩니다.

 또한 듣기를 기반으로 한 학습은 실제 상황에서의 반응 속도를 높여줍니다.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는 시간 여유가 없습니다. 질문을 듣고 곧바로 이해하고 대답해야 합니다. 이때 듣기가 충분히 되어 있는 사람은 당황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듣기 훈련은 단기적으로 끝나는 공부가 아니라, 언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초 작업입니다. 일상 속에서 늘 영어 소리를 접하는 환경을 만들어 두면, 영어는 더 이상 낯선 언어가 아니라 친숙한 친구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영어는 눈으로만 배우는 언어가 아닙니다. 귀로 들으면서, 몸으로 느끼고, 입으로 따라 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언어가 됩니다. 문법과 단어에 갇힌 채 말문이 막혀 있다면, 이제는 듣기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자막을 켜고 좋아하는 영상을 보거나, 짧은 팟캐스트를 반복해서 들으며 귀를 깨워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귀가 트이는 순간, 말도 트입니다. 듣기는 단순한 이해의 수단이 아니라, 말하기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첫걸음입니다. 
또한, 귀가 트인다는 것은 단지 ‘영어를 잘 듣게 된다’는 단편적인 의미를 넘어서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말의 의도, 감정, 분위기까지 귀로 파악할 수 있는 감각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같은 "Are you okay?"라는 말이라도 상대의 억양이나 리듬을 통해 걱정하는 마음인지, 다그치는 말투인지, 혹은 농담조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듣기란 단순한 언어 정보의 전달을 넘어서, ‘언어의 분위기’까지 읽어내는 감각을 키우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각은 회화 실력뿐 아니라 문화적 이해력까지 넓혀 줍니다. 원어민이 즐겨 쓰는 표현, 대화의 흐름, 말과 말 사이의 침묵에서 오는 미묘한 뉘앙스를 듣고 느끼는 경험이 쌓이면서,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도 한 발 더 가까워지게 됩니다. 결국 듣기는 단지 기술이 아니라, 타 문화를 이해하는 관문이자 언어 감각을 여는 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