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사고에서 영어 사고로 – 생각을 영어로 바꾸는 훈련
'번역'이 아닌 '영어로 생각하기'가 필요한 이유
영어를 공부할수록 한 가지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바로 생각은 한국어로 하고, 영어는 그걸 번역해서 말하는 습관입니다. 시험에서는 괜찮지만, 실생활 회화나 작문을 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문장을 일일이 번역하느라 말이 느려지거나 어색한 표현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특히 영어 원어민이 자주 쓰는 표현이나 문장 구조는 한국어식 사고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오면 기분이 가라앉는다"를 영어로 하려 할 때, 우리는 보통 “When it rains, my mood becomes down” 같은 번역체 문장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원어민은 “Rainy days get me down.”이나 “Rainy weather makes me feel low.” 같은 식으로 더 자연스럽게 말합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사고방식은 전체를 설명하고 이유를 밝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영어는 행위 중심, 감정 중심, 결론 중심의 구조를 선호합니다. 따라서 영어를 ‘배우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영어로 생각하는 훈련, 즉 ‘영어식 사고’를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핵심은 번역하지 않고 바로 영어로 말하거나 쓰는 것입니다.
영어식 사고는 단시간에 얻어지는 능력이 아닙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든지 사고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 훈련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영어로 생각하는 훈련: 작고 꾸준하게 시작하기
영어로 생각하기는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모든 생각을 영어로 바꾸려 들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일상에서 아주 짧고 단순한 생각부터 영어로 표현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 설명 훈련(Self-Talk)'입니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서 “I’m still sleepy.”, “What should I eat for breakfast?” 같은 아주 단순한 문장을 속으로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혹은 거울을 보며 “I look tired today.”, “I need to drink some water.”처럼 스스로의 상태나 행동을 말로 표현해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점점 영어 표현이 머릿속을 점령하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는 한국어로 생각나는 말을 영어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어로 만들어보는 연습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좋아서 산책하고 싶다"는 문장이 떠오르면, 그것을 바로 “I want to take a walk because the weather is nice.”라고 말해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어로 떠오른 후 영어로 바꾸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영어 문장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게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방법은 자주 쓰는 문장 패턴을 통째로 익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I’m not sure if~", "It feels like~", “I guess I should~” 같은 구문은 일상 대화에서 매우 자주 쓰이며, 이를 통으로 기억하고 다양하게 바꿔 쓰는 연습을 하면 사고 자체가 영어 구조에 맞춰집니다.
I’m not sure if he’ll come today.
It feels like it’s going to rain.
I guess I should start working now.
이런 문장을 매일 5~10개씩 만들어보고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문법을 따지지 않아도 자동으로 입에서 나오게 됩니다. 이는 단어 하나하나가 아니라, 표현 단위로 영어를 ‘조각’처럼 익히는 방식입니다.
영어 일기와 즉흥 말하기로 사고 회로 바꾸기
좀 더 적극적으로 사고 전환 훈련을 하고 싶다면, 영어로 글을 쓰고 말하는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영어 일기 쓰기는 초보자에게도 매우 좋은 훈련 도구입니다. 단순히 일어난 일을 나열해도 좋고, 감정이나 생각을 한 문장씩만 적어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어로 먼저 쓰고 영어로 번역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친구랑 밥 먹었다’는 문장을 영어 일기에 쓰고 싶다면, “I had lunch with my friend today.”처럼 단순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단문 위주로 작성하다가, 점차 이유나 감정 등을 덧붙이며 확장해볼 수 있습니다.
I had lunch with my friend today.
We talked about our new jobs.
It was nice to see her again.
I felt a bit nervous talking about my work, though.
이런 식으로 문장을 이어가면, 사고 과정이 자연스럽게 영어의 흐름에 맞춰지게 됩니다.
또 하나의 효과적인 훈련법은 즉흥 말하기(Shadowing + Speaking Prompt)입니다. 유튜브 영상이나 팟캐스트 등에서 짧은 영어 스크립트를 듣고 따라 말해본 후, 같은 주제로 자기 생각을 말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How do you spend your weekends?"라는 질문이 나오면, 그에 대한 자신의 답을 1분 이내로 영어로 말해보는 훈련입니다.
처음에는 준비가 필요하지만, 점점 머릿속에서 영어로 정리하는 시간이 짧아지게 됩니다. 즉, 머릿속 한국어 회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사고 패턴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훈련을 위해 다음과 같은 루틴을 제안드립니다. 평일중 3일은 자기 일상 중심의 영어 일기 5문장 쓰기, 나머지 이틀은 1분 말하기 주제 정해서 즉흥 스피킹 연습, 그리고 주말에는 5~10분짜리 영어 유튜브 보며 표현 수집과 말로 따라 하기를 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짧게, 루틴은 꾸준히. 이렇게 작은 반복이 사고 전환의 힘이 됩니다.
영어는 언어이자 사고방식입니다
영어 실력은 단순히 단어와 문법을 많이 안다고 해서 느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하느냐가 실력을 좌우합니다. 한국어 사고에만 갇혀 있는 한, 우리는 늘 ‘번역자’의 위치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 아주 짧게라도 영어로 말해보고, 영어로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이면 어느 순간 사고의 언어가 바뀝니다.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고, 영어로 표현하는 그 전환의 순간은 작지만 강력한 변화입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실력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하루, “I’m tired but I have to focus.” 같은 문장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하루에 한 문장씩 영어식 사고를 쌓아가면, 언젠가 번역 없이도 자연스럽게 말하고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